2008. 5. 4. 15:42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는 12가지 묘약

염소자리들은, 적금도 아닌 그깟 사랑이 깨진 거 갖고 울고 불고 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물론 어렸을 때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보겠다고 '실연 몸부림'에 도전해보지만 이내 소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사람들은 잠 한번 잘 자면 잊을 만 하게 되니 부지런히 자는 것이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첩경이다. 하지만 안그래도 실연의 자기장에서 쉽게 벗어나는 사람들이 그런 노력까지 기울인다면 너무 급속도록 완쾌되어 주위에서 '저건 사람도 아냐' 식의 비난을 살 우려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당부하건데, 적어도 한동안은 '실연의 상처'를 사탕처럼 빨아먹고 계시라. 그것도 가끔 먹는 사람에겐 별미다.

염소자리와 함께 현실주의 삼총사인 처녀자리와 황소자리도, 염소자리만큼은 아니지만 후유증이 별로 심각하지 않다.  일중독 경향의 처녀자리는 일감을 잡으면 될 것이고, 황소자리는 날마다 백화점에 출근해 쇼핑을 즐기면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해피'해질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은 책임 못 진다) 특히 처녀자리에게는 글쓰기와 집안 청소를 권하고 싶다. 실연의 상처가 창조적인 에너지로 전환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여기에 재미를 붙인 많은 예술가들이 툭하면 실연이라는 '자작극'을 벌이며 가증스런 짓을 반복해왔다.

그 다음으로는 쌍둥이자리, 천칭자리, 물병자리도 애인상실증후군에 강하게 대처하는 별자리 들이다. 쌍둥이자리는 뭐든지 재미난 읽을거리만 잡으면 딴 생각이 없어지는 타입이고, 천칭자리는 애인없이는 못사는 과들이니 자기도 모르게 이미 실연의 상처를 버무려 제조한 유혹의 페로몬을 발산하고 있을것이다.(머잖아 기쁜소식이 오리라!)

물병자리는 사랑보다는 연대감이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심한 그들에게 상심 당한 채 돌아서려는 사람에게 '꼭 애인이 아니라도 좋아. 친구로 지내자'라는 말로 한번 더 좌절감의 대못을 박는다 .... 주위에 친구만 있다면 다른것은 대충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물병자리들이다.

이들보다는 정열적으로 실연의 상처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불의 별자리들인 사자자리, 양자리 사수자리 사람들이다.  사자자리는 포효하듯 울부짖고, 양자리는 분노를 뿜어내며,  사수자리는 자기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모두 심장의 열을 내려주는 대잎차를 마시면 효혐을 볼 것이다. 이 세 별자리의 속성을 단번에 집약해서 보여주는 것이 영화 < 포레스트 검프 >에 나오는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다. 이 단순하고 정열적인 심장을 가진 남자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리고 달릴고 또 달렸다. 사랑에서 도망쳐 다시 사랑에 이를 때까지. 열병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원주민은 병보다 빨리 달려 병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빨리 달리면 사랑도 떨어져 나갈까? 생각이 바닥날 때까지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리해보자. 실연의 상처에 대한 내구성(?)을 가지고 12별자리의 등수를 매기면 이렇게 된다.

물병자리>염소자리>쌍둥이자리>천칭자리>처녀자리>황소자리> 사자자리>양자리>사수자리>물고기자리>전갈자리>게자리

그런데 이것은 실연 발생 한 달 안팎의 반응강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실연 후 세 달이 지나면 등수는 이렇게 달라진다.

물병자리>쌍둥이자리>사자자리>양자리>사수자리>천칭자리> 염소자리>처녀자리>황소자리>물고기자리>전갈자리>게자리

실연 석 달 경과 후 염소자리를 비롯한 현실주의자 별자리 삼총사의 '무너짐'이 인상적인데, 이들은 실연에 대한 반응이 처음에는 더디고 무디지만 그 속에 오래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실연의 상처를 운운할 진정한 자격을 갖춘 별자리들만이 남았다. (미스코리아 최종발표를 남겨둔 것처럼 떨린다!)  물의 별자리들인 물고기자리, 전갈자리, 그리고 게자리 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전갈자리와 게자리다. 물고기자리는 그래도 좀 낫다. 물고기 자리는 실연의 상처를 향해 정면으로 나아가다가 나아가다가 ... 도중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물고기자리의 천형인 집중력 부족은 슬픔에 대한 부분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물고기들은 상처와 정면으로 만나지 않고 비껴나간다.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는 묘약으로 이들에게 궈하고 싶은 것은 '눈물'이다. 그러니, 좌우간 울어라. 덮어놓고 울어라. 언제까지 우느냐 하면, 울다 지쳐 왜 울기 시작했는지 이유조차 기억이 안 날 때까지, 그 때까지 울어라. 울고 나면 허기져서 밥을 찾게 되고 따뜻한 밥 한공기 비우고 나면 잔인한 생명력이 전신을 휘감을 것이다.

전갈자리는 12별자리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경우다. 말 그대로 사건사고 다발지역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만약 전갈자리라면 또는 전갈자리를 사귀고 있다면 반드시 주의하라! 실연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저질러진 많은 참혹한 일들이 전갈자리 성향의 사람들에 의해 일어났다. 절대 혈서 같은 거 쓰지말고, 담뱃불을 손등에 대지 말아라. 시멘트벽에다 주먹질 하지 말고, 약국을 돌면서 약을 사모으지도 말아라. 너무 힘들다면 (어처구니없이 들리겠지만) 차라리 단식을 해 보라.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다면, 전갈자리는 일종의 죽음을 통해서만이 그 상처를 끝낼 수 있다. 단식은 죽음을 체험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전갈자리들은 불사조 처럼 부활할 것이다.

게자리들은 이상하다. 다른 모든 별자리는 어떤 식으로든 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기를 쓰는데, 게다가 전갈자리는 목숨까지 걸고 기를 쓰는데, 게자리는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버둥대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 속으로 깊이깊이 파고든다. 상처 속에 머무른다. 게자리의 마음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왜냐면 상처는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이니까. 상처가 없으면 기억도 없는 거니까' 이 수줍고 유약한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엄청난 사랑을 한다. 상처와 함께 살기. 그게 얼마나 힘든일인데 .... 이들은 도울 묘약은 없을까? 하지만 상처를 대가로 엄청난 사랑을 얻은 게자리들에게 이제 조악한 묘약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라고.(정 급하시면 병원으로 가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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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 -> 잠을 자라

처녀자리 -> 청소해라

황소자리 -> 쇼핑해라

쌍둥이자리 -> 인터넷에 연재해라

천칭자리 -> 연애해라

물병자리 -> 모임에 가입해라

사자자리 -> 춤춰라

양자리 -> 달려라

사수자리 -> 여행해라

물고기자리 -> 울어라

전갈자리 -> 단식해라

게자리 -> 술마셔라


출처 vol.103 paper, 글 / 김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