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5. 07:49

별자리에 맞는 선물

맞춤 선물

가령 커피한잔을 마시는 것만 봐도 그렇다.

  • 황소자리는 혀에 닿는 부드러운 거품과 시나몬 향을 즐길 수 있는 카푸치노를 마신다. 열두 별자리 가운데 촉각과 후각이 가장 민감한 족속들 이기 때문이다.
  • 게자리는 달고 부드러운 휘핑 크림이 얹어진 모카나 코코아를 마신다. 휘핑 크림같은 영혼의 속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쌍둥이자리는 늘 두 가지 중에 무얼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같이 온 일행에게 나눠먹을 것을 제안한다. 호기심 어린 곁눈질은 생애의 지병이다.
  • 양자리는 트리플샷의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이유가 뭐냐고 묻고 싶지만 그는 이미 가버리고 없다. 테이크 아웃은 늘 급하게 어디론가 뛰어 가야하는 양자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옵션이다.
  • 사자자리는 마끼아또를 마신다. 에스프레소의 대담함도, 우유 거품의 호사스러움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께 온 일행들 모두에게 한잔 씩 돌릴 수 있다면 최고로 완벽한 “사자자리 커피”가 될 것이다.
  • 전갈자리로 가면 커피는 끈적끈적하고 수상쩍어진다. 아이리쉬나 깔루아처럼. 그것은 알코올과 결합한다.


취향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손바닥만해 보였던 커피의 세계가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그와 그녀의 눈에 쏙 드는 선물을 고르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귀찮고 짜증나면서도...보람있는 일이란 말인가! 어떤 선물을 고르면 좋을지 별에게 물어보자. 다가오는 화이트데이와 로즈데이와 각종 시시콜콜 기념일과 그의 생일에 무얼 주면 좋을지, 그리고 무얼 받을 수 있는지 까지도...

양자리
는 나온 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물건들을 애호한다. 출시 된지 얼마 안된 게임CD, 런칭 한지 얼마 안 된 브랜드, 새로 등장한 최신 기종 등은 언제나 양자리의 심장을 기쁨으로 전율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모든 신제품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새로 생긴”백화점에서 “최초로 발권한”백화점 상품권 같은 것이라고 해서 그를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물론 액수가 높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거기엔 뭔가 역동적이면서도 흥분되는 요소가 있어야한다. “번지점프 체험권”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퍼즐 맞추기”는 그를 괴롭히는 최악의 선물이 될 수 있다.

“퍼즐 맞추기”가 정작 가야 항 곳은 처녀자리다.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집안인 처녀자리는 퍼즐의 명문가라고 꼽을 만하다. 그 밖에도 정리 정돈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이들이니 달력과 주간 스케쥴표와 일기 플래너 같은 것을 선물해 그들의 작업을 독려해야 마땅하다. 또한 뜻 있는 이들에게는 가계부를 나려 그들의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게 하라!

염소자리
도 처녀자리와 비슷하다. 매사 계획적이며 알뜰한데, 좀더 고전적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보약을 한 보따리 안겨 주거나 그의 명의로 된 주택청약통장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그의 부모님께서 날짜 잡자고 댓바람에 달려오실 것이다.

이런 염소자리의 눈으로 보자면, 유치하고 경박할 뿐 아니라 쓰잘데기도 없는 부스러기 물건을 좋다고 긁어모으는 집단이 있으니, 바로 쌍둥이자리다. 쌍둥이자리의 선물에서 중요한 점은 아름다움도 실용성도 아니고 바로 “재미”다. 디즈니 완구처럼 생긴 폴라로이드 카메라나 키티 반지, 파리를 죽이지는 않고 기절만 시키는 파리채 따위를 눈여겨보다가, 세상에 별 황당한 물건도 있네 싶은 것을 고르면 틀림없다.

제대로 하자면 돈이 좀 드는 별자리도 있다. 황소자리사자자리다. 황소자리는 오감이 두루 발달한 필연적인 “럭셔리” 애호가들이요, 사자자리는 21세기의 흑사병이라는 황제병과 여왕병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블랑이니 로렉스, 루이비통 같은 현란한 브랜드의 이름이나 전망 좋은 호텔 레스토랑의 연인들을 위한 뷔페 코스 같은 곳은 잊어버리도록 하자. 이 불경기엔 꽃이나 향수, 에프터 셰이브 정도면 훌륭하게 넘어갈 수 있다. 그래도 아쉬운 눈빛을 보인다면 “일일 노예 사용권”을 바치고 그의 수족이 되어 입의 혀처럼 움직여 주자.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파격적인 선물은 전갈자리의 것이다. 그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 비밀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것, 그러면서도 상대의 철저한 복종을 확인 할 수 있는 선물을 원한다. 예를 들면 “헌혈 카드”같은. 혈액형이 맞지 않는다면, 미스테리한 신비감이 있는 타로카드나 수정구슬 정도도 괜찮은 선물이 될 수 있다.

그에 비해 사수자리는 심플하고 소박하다. 바닷가의 조개 껍데기 모음, 여행지에서 가져온 돌멩이, 오는 길에서 산 군고구마 한 봉지가 쿨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백화점에 있는 값비싼 지갑이나 주얼리 세트가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니, QLtkS 선물을 하기 전엔 꼭 눈치를 살펴볼 것.

전통적인 선물인 주얼리나 향수, 지갑 같은 것을 우습게 보기는 물병자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수자리처럼 내추럴한 소박함으로 행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선호하는 것은 테크놀로지형 선물이다. 물병자리들은 진주 목걸이를 대신하는 MP3 플레이어나 PDA, 천체망원경등 테크놀로지에 지배를 받는 물건들을 선호한다. 물병자리들에게 온라인 게임 아이템이나 도토리 정도로 무마하고 넘어갈 순 없을까?

천칭자리
물고기자리로 넘어가면 해볼만한 선물 목록이 길어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름다움이다. 천칭자리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 물고기자리는 청각적인 아름다움에 쉽게 마음이 이끌린다. 꽃이나 브로치처럼 작은 장신구, 목도리나 장갑 같은 것이면 무난하다. 미술에 취향이 있다면 전시회를 함께 보는 것도 근사하다. 물고기자리에게는 작고 다루기 쉬운 악기를 선물한다. 오카리나나 우쿠렐레, 인디언 휘슬 같은 것을 알아본다. 또는 켈트나 파두 음악 같은 월드 뮤직 음반도 잘 어울리는 선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을 만한 선물은 무엇일까? 역시 사자자리황소자리가 실제적이면서도 고급스런 물건을 선물한 가능성이 높다. 양자리는 고심하지 않고 첫눈에 들어온 것을 무작정 고를 확률이 높으니 아예 콕 집어서 말해주는 것이 서로를 돕는 길이다. 천칭자리는 내용물보다 멋진 포장에 심혈을 기울여 선물을 막상 끌렀을 때 표정 관리를 어렵게 만들 수있다. 물병자리는 온라인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를 선물해서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만들 수 있다. 처녀자리의 선물도 훌륭하다.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낭만을 기대했던 심장에 시원한 냉수를 끼얹어줄 테니까. 어쩐지 계속 듣는 것이 두렵다고? 쌍둥이자리가 압권이다. 그는 작년에 받은 선물 중에서 쓸만한 것을 다시 포장 해 선물할지 모른다(가슴 뜨끔할 이 적지 않으리라.)

그래서 어쩌면 최고의 선물은 게자리의 것이 아닐까. 그는 직접 손으로 만든 뭔가를 받고 싶어하고 또 주고싶어한다. 직접 만든 초콜릿이나 쿠키, 코가 빠진 스웨터나 목도리 같은것 , 또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반지나 일기장, 그녀의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기록한 앨범 같은 것을 선물하고 있었던 반지나 일기장, 그녀의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기록한 앨범 같은 것을 선물하고 싶어하는 소박하고 다정한 이들이다. 물론 그 “소박함과 다정함”이 목표를 잘못 겨냥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를테면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커다란 곰인형 같은 곳 말이다(길거리 물건을 잘 사오는 것이 원래 게자리 취향이다.) 눈알도 삐뚤게 달린 그놈을 선물하며, 나라고 생각하고 안아달라고 하면...그래도 일단 받긴 받아야겠지? 그래도 선물은 즐거운 것이니까.

김은하의 별자리 이야기-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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