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 16:59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남자친구가 생기면 인생이 핑크빛으로 바뀌는 줄 알았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쌩'하고 달려와 해결해주고, 속상한 일이 생겨서 푸념을 하면 다 들어주고, 날마다 나한테 '예쁘다' '멋지다' 듣기 좋은 말만 해주고…. 그래서 매일같이 날개 달린 신발을 타고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 줄 알았다.


그런데 연애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다. 그 놈의 신발이 얼마나 배터리도 빨리 닳고 고장이 잦은지. 한마디로 유지 보수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고, 신경도 엄청나게 쓰인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삶의 경제학이 사랑에 예외로 적용될 순 없는 건가보다. 그 깨닮음을 뒤통수 맞으며 배우게 된다. 무언가를 덜아내지 않으면 누군가가 들어올 빈자리는 없는 거니까. 다음은 사랑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열두 가지 목록들에 대한 이야기다.

양자리
가 버려야 하는 건 '냄비근성'과 '새것 콤플렉스'다. 열정적으로 달려들었다가도 얼마 안 가서 시들해지고 또다시 새로운 대상에 빠져드는 건, 연애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에서 반복되는 양자리의 패턴이다. 남들은 10년에 나누어 쓸 열정을 1년에 다 털어서 써버리기 때문이다. 스타트는 좋은데 중반 이후 쉽게 무너지고 마는 단거리 주자 스타일이다. 부디 수시로호흡을 조절하길. 파트너가 숨이 차서 쓰러지기 직전일지도 모르니까.


황소자리
의 문제의 핵심은 '물질주의'에 있다. 물론 '물질주의'라는 키워드는 같은 흙의 성좌인 처녀자리나 염소자리에게도 공통된 속성이지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역시 황소자리다. 황소자리는 '물질적인 안정감과 즐거움'이 사라질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5분이 지난 에스프레소도 구분했던 혀를 자판기 커피로 달래야 할 때, 다리가 아프도록 서서 심야버스를 기다려야 할 때, 게다가 그것이 쉽게 끝나지 않을 일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 황소자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고민과 부딪치는 사건은 생각보다 잘 벌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지 않는 무난한 선택을 할 줄 아니까. 황소자리는 '맞선+결혼'이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사람들이다. 그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쌍둥이자리
가 버려야할 것은 '곁눈질'과 '거짓말'이다. 그것은 재치가 많고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어두운 그림자다. 집중하고 싶어도 자꾸 사방으로 눈길을 주게 되고, 솔직하게 말하려다가도 너무나도 좋은 핑계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바닷물에 잘 '빠지지' 않는다. 발끝만 살짝 담갔다 빼기를 반복하며 장난질하는 어린애들 같다. 노래가사처럼, 내 마음이 불안에 떠는 것도 모르고. 부디, 사랑을 입 밖에 내기 전에 간직해 보기를. 사랑을 깊숙이 저장하는 법을 배워보기를.


그것을 가장 잘하는 별자리는 게자리다. 게자리의 사랑은 달이 지구를 돌듯이 뱅글뱅글 맴돈다. 그의 두 눈은 끊임없이 이렇게 말한다. '난 너 말고는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아' 그럼 게자리야말로 사랑으로 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별자리가 아닐까?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게자리의 사랑은 어찌나 포근한지 사람을 질식시켜 버린다. 그 섬세한 감정을 섬세하지 못하게 다루었을 때 토라지는 강도도 사람을 지치게 한다. 또 '사랑 좀 더 줘, 더 줘, 더 줘!' 하는 칭얼거림은 마음을 얼마나 부담스럽게 하는지! 사랑을 할 때 게자리는 자신의 '감상주의'와 '집착'을 덜어내고 인간이 가진 '개체성'을 인정해야 하는 과제와 부딪친다. 애인에게도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인간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가 물병자리나 사수자리, 천칭자리, 쌍둥이자리라면 더더욱.


사자자리
의 문제는 그가 가진 정체성을 여왕이나 황제에 둔다는 데 있다. 그는 자신에 걸맞은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은 남 앞에 내놨을 때 폼 나는 스타일을 선택하지만, 운명이 잔인한 것은 애인이 언제나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넘어져서 오물이 묻을 수도 있고 만인이 손가락질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를 위해, 기꺼이 스타일을 구겨줄 수 있을까? 사자자리에게 사랑은, 그가 '자존심'을 버릴 수 있는지 시험한다.


처녀자리
에게 그것은 '결벽증적인 환벽주의'다. 잘못된 맞춤법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국어학자처럼 그는 끊임없이 애정을 빙자한 잔소리를 날린다. '담배를 끊어라, 집에 일찍 들어가라, 못 지킬 약속을 왜 하느냐, 옷 좀 단정하게 입어라, 돈 좀 아껴 써라, 아프다면서 약은 왜 안 먹냐….' 어찌나 구구절절이 맞는 소리만 하는지 말로는 이길 수도 없다. 하지만 말로 이길 수 없다고 해서 그 말대로 하는 사람도 없다. 잔소리는 신경질이 되고 히스테리로 발전한다. 어쩌면 폭발 직전에야 그는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은 거대한 오류를 받아들이는 일임을. 상대를 잘못을 바로잡아 더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훌륭할 수 없는 그의 현재를 통째로, 황홀하게 끌어안는 일임을. 황소자리의 문제를 같은 흙의 성좌인 처녀자리와 염소자리가 공유하는 것처럼, 양자리의 문제는 비록 강도는 다르지만 같은 불의 성좌인 사자자리와 사수자리에게도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전갈자리와 물고기자리는 물의 성좌인 게자리의 문제를 되풀이 한다.


그런 식으로, 천칭자리가 반복하는 것은 같은 바람의 성좌인 쌍둥이자리의 문제가 된다. 그것은 '다른 이성으로부터 받았던 인기'를 포기해야 하는 숙제다. 천칭자리는 남녀 모두 사교적인 기질이 다분하며, 만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데 너무나도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그 재미가 얼만데… 그걸 버릴 수 있을까?' 천칭자리는 설령 애인이 생겨도 다른 이성과의 만남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균형감각이 발달한 이들답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위를 귀신같이 조절할 뿐. 그것 역시 쌍둥이자리만큼이나 영리하게.


전갈자리
는 게자리의 '감상주의'와 '집착'을 변주한다. 그것은 전갈자리의 격력함과 만나 '의심'과 '극단적인 질투'로 표출된다. 전갈자리의 독점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자신 외의 다른 생활을 인정하지 않는다. 애인의 영혼과 무의식까지 독점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상태가 그러니까! 하지만 너무 두려워할 것은 없다. 대개의 전갈들은 그것이 지상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20대를 보내며 깨닫게 된다. 참혹할 정도로 처절한 방식으로.


사랑을 할 때 사수자리가 버려야 하는 것은 '자유'다. 이것이 사랑과 부딪쳐 일으키는 불협화음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방랑할 자유와 꿈꿀 자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은 자유에서 시작할 수 는 있어도, 자유에서 완성될 수는 없다.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책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재미없고 따분한 염소자리들이 최종적인 사랑의 승자가 되는 확률이 높은 것일까?


사수자리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은 염소자리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수자리의 밝고 대담한 '꿈'은, 현실적이고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재미없게 바뀌는 경향이 있지만, 염소자리는 사랑이라는 문제도 부푼 꿈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하루하루 땀을 흘려야 도달할 수 있는 계획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염소자리는 자꾸 다음으로 미룬다. '나중에 잘해줄게', '놀러가는 건 다음에 하자', '내가 다음부터는 꼭….'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음껏 놀아도 될 때, 마음껏 사랑해도 될 때, 그 때 염소자리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사랑을 할 때 염소자리가 벗어나야 하는 것은 '계획'이다.


물병자리
는 사수자리의 문제와 쌍둥이자리의 문제를 뒤섞는다. 그는 쌍둥이자리의 관계지향성을 '친구제일주의'로, 사수자리의 자유를 '독립성'으로 변주한다. 애인이 생겼다고 해서 친구와 지내는 시간을 손해 볼 생각은 추호도 갖지 않으며, 사랑한다고 해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려고 드는 태도를 반지성적인 것으로 여겨 경악한다(따라서 물병자리 남자와 게자리 여자는, 태양의 위치로만 따지자면 최악의 커플이다) 그는 자신의 독립성을 췌손당하느니 고독을 선택하고 말 확률이 높다. 친구들만 곁에 있어준다면.


물고기자리
의 문제는 물병자리와는 완전히 상반된 어려움을 갖는다. 그들은 자신의 '의존성'을 버려야 한다. 세상에 만연하게 유포되어 있는 사랑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중독'에 대한 찬양과 미화다. '너 없이는 살 수 없어'를 '너를 정말 사랑해'로 너무나도 쉽게 번역해버린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의존성은 물질에 대한 중독이나 의존성 못지않게 고약하다. 그것은 정신적인 장애일 뿐이다. 사랑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두 성인의 만남이지, 한 명의 숙주와 개상동물의 만남이 아니므로…. 사랑을 할 때 발생하는 의존성의 문제가 비단 물고기자리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앞서 열거한 열한 개의 리스트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사랑은 우리를 시험하며,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래서 사랑은 가장 위대한 학교라고 말하는 것일까?


PAPER vol.107 글/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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