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 16:14

물고기자리의 환상적 사랑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키스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사랑에 빠지는 물고기 자리


나는 동화를 잘못 읽었다. 어릴 적 동화 속에 등장했던 가엾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랑을 무턱대고 신봉했다. 그들은 사랑할 때 아무런 조건도 내세우지 않았다. 외모도, 학벌도, 직업도, 연봉도, 과거도. " 아버지는 뭐 하시는 분이세요?" 혹은 " 차고 있는 시계는 진짜 롤렉스인가요?" 라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나는 스무살이 넘도록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었고, 내 사랑을 세상의 그런 얼룩진 조건들로부터 구해내자고 다짐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그런 결심을 한 걸 알기라도 한 듯) 인근에서 가장 악조건의 남자들이 내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결심을 좀 살살 할 걸 그랬다고 약간 후회했으나, 이미 나의 신념은 나의 운명이 되어버린 뒤였다. 아무런 조건도 따지지 않게 되자, 세상엔 내가 사랑하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사랑할 만한 구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하고든 3시간 정도를 함께 보내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스스로 모욕적이지만 이러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참 눈이 낮구나...!


당시 아버지는 나의 연애에 대해 아주 통찰력 있는 분석을 내놓으셨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 너는 어째 장님 문고리 잡는 식으로 남자를 사귀냐?" 그렇다고 나의 애인들은 그나마 행복했을 거라고 추측한다면 오산이다. 나의 사랑은, 지독히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물고기자리 사람이 그러하듯이.


왜 물고기자리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그리고 자주 사랑에 빠질까?


(당신은 "난 물고기자리지만 별로 안 그런데..." 혹은 "나는 물고기자리도 아닌데 왜 비슷하지?" 라는 의문으로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건, 자신이 태어나던 시간에 태양이 위치해 있던 별자리일 뿐이다. 원래 서양 점성술은 태양을 비롯해 달, 수성, 금성, 목성 등 10행성의 위치와 그것들의 상호각도까지를 반영해, 그 사람의 운명과 혼의 지형도를 작성한다.

= 기뻐하시라! 이 난해한 문장을 읽음으로써 당신의 점성학적 지식은 국내 상위 10퍼센트 이내를 점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당신의 인격에 반영된 물고기자리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성급히 단정짓지는 말자. 그리고 앞서 들려드린 나의 사례는 물고기자리 중에서도 좀 과격한 축에 드는 것이다.

나는 물고기자리에 화성이 있는 데다가 그것이 다시 해왕성 등으로 거센 각도를 받는, 번역하자면 물고기자리를 전투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이 물고기 자리와 인연이 있다면, 당신의 마음은 나의 행동을 닮았으리라. )


물고기 자리는 이름 그대로 뭍에 오른 물고기 같은 사람들이다. 어슴푸레한 심연 속을 유영하던 물고기가, 어느날 눈을 떠 보니 딱딱하고 건조하며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이는 물 밖에 나온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이라면 무엇을 느낄까? 물고기 자리는 생각한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나의 현실은,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심연이다. 그리로 돌아가겠다!


그들의 사랑스런 머리통은 깊은 혼돈과 모호한 슬픔, 몽롱한 환상으로 출렁댄다. 그들이 애호하는 것도 그러하다. 속절없는 것, 갸륵한 것, 소박한 것, 덧없는 것, 임자 없는 것, 아무렇게나 버려진 것.


그들의 감성은 막연하고 아슬아슬하고 안쓰럽고 싱거운 아름다움을 쫓는다. 애매모호와 흐리멍텅은 물고기 자리의 특기이며, 도망가는 것은 물고기자리가 만사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수업 시간에 창 밖만 내다보는 학생이거나, 소풍을 가서는 혼자 멀리 떨어져 노는 바람에 일행들을 골탕먹이는 소년이며, 마감이 임박하면 기사는 첩첩이 쌓아놓은 채 잠수함을 타는 기자,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는 대신 이 핑계 저 핑계로 이별을 질질 끄는 못난 애인이다.


물고기 자리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세상의 명료함, 명료한 질서, 질서의 촘촘하며 고지식하고 깐 깐하게 늘어선 세목들과 대립한다. ( 처녀자리를 본받아 ) 시계처럼 정교한 발걸음으로 또랑또랑하게 살아보려고 해도, 눈은 자꾸만 초점을 잃고 걸음은 물고기의 습성대로 흐느적거린다. 그들에게 만사는 칼로 물 베기다. 타고난 축축한 눈은 울기에 알맞고 (오드리 헵번과 장선우 감독을 보라 ), 걸음걸이는 땅 위에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니 춤을 추는 편이 낫다.


물고기 자리들은 물결에 몸을 싣던 습관대로 자기를 한없이 방임하고 유기하는 방식으로 인생을 산다. 연애 방식도 그러하다. 가는 여자 안 막고 오는 여자 안 막는다는 우스개는, 사실은 지극히 물고기자리다운 사랑의 자세. (- 영화 "물고기 자리" 는 그 점에서 지극한 헌신과 아울러 꽉 물고 안 놓는 집착의 성좌 게자리에 가깝다.)


물고기 자리들은 꿈에 취한 몽롱한 눈으로 그저 흐름 위에 몸을 맡길 뿐이다. 그 흐름의 끝은 도피, 혹은 초월이다.


물고기 자리들은 그들의 가장 분명한 현실인 환상과, 그들의 확실한 의식인 몽상 속으로 도피(초월)한다. 맨정신으로 안 되면, 알코올과 온갖 향정신성 의약품에 의지해서라도 그들은 기를 쓰고 그들의 세계를 향해 간다. 그러한 그들의 행동은 보는 이들을 미치게 만든다. 성공적인 경우 세상마저 미치게( 취하게 ) 만든다. 그들은 가깝게는 가장 리얼한 꿈의 산업인 스크린과 그 일당들(?) 이며, 가장 멀게는 누가 왼뺨을 치거든 오른뺨도 내밀라던 예수, 색즉시공 공즉시색으로 온 중생의 머리에 쥐를 풀어놓은(?) 붓다이다.


알코올 중독자에서 영화배우,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물고기자리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은 일견 혼란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기의 정체성을 기꺼이 포기함으로써 나와 객체( 알코올/ 배역 / 신 ) 사이의 분리감을 허무는 것. 어쩌면 이것은 물고기자리의 조건이 아니라, 사랑의 조건처럼 보인다. 맞다. 사랑은 자아가 에고를 초월하는 가장 비현실적인 체험이니까.


물고기 자리들의 사랑은 ( 비현실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 에고의 요구와 지상의 묵계를 초월해 뻗어나간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는, 허영심과도 같은 자기의 얄팍한 환상만을 배불리 채우고는 다시 이기심과 땅의 조건으로 복귀한다. 무책임한 사랑을 반복한 아인슈타인, 터무니없는 긴 남편목록을 가진 리즈 테일러의 딜레마는 이것이었다. 그들은 가장 헌신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가, 타인을 자기 구원의 희생물로 삼는다. ( 애인들이여, 미안하다. 나의 출발은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내 사랑은 늘 그리로 귀결되곤 했지)


하지만 드문 몇몇은 땅의 인력을 완전히 벗어나 저 하늘에 자아가 소멸된 사랑을 건설한다. 은둔과 초월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 스타더스트가 넘 좋아하는 시인!!!! ) 이 꿈꾸었던 것처럼.


" 남자와 여자가 알고 있는
허용된 가장 달콤한 이단은
서로에게 귀의하는 것"


그들에겐,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종의 구원 콤플렉스가 있다고 보아야겠다.


전세계 남성들이 몽매에도 갈구하는 여자, 아낌없이 주는 여성의 신드롬이 탄생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즉 아무한테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 누구한테도 속해 있는 여자. 모든 것을 주면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여자. 최인화의 소설 <별들의 고향> 의 경아는 그 중 가장 유명한 여자다.


물론 남성들의 열광이 반드시 순수하다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상징으로서의 그 진정성을 믿는다. 예수를 한 남자로서도, 그리고 신으로서도 사랑한 막달라 마리아의 전직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때때로 그 믿음에 값하는 훌륭한 전형을 만나기도 한다. 가령 라스콜리니코프를 구원한 <죄와 벌>의 쏘냐, <삼포가는 길>의 백화 같은.


" 아아, 내 배위로 남자들 사단 병력이 자나갔어" 하던 거칠거칠한 여자가,
" 내 진짜 이름은 점례에요" 라며 울먹이던 순정은, 지금도 마음을 이상하게 한다.


( 그렇다고 이 얘기를 그들의 사랑이 성적으로 방종해지기 십상이라는 단서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물고기 자리 종족 가운데에는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비현실적인 사랑의 다른 극단인 플라토닉 러브에만 사로잡혀 있는 이들도 많다. )


물고기 자리식 연애의 작동 원리 끝에는 정체성을 포기하려는 정체성이 있다. (가식이건 진정이건)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줄 것만 같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사랑의 마법이 일어나는가 보다. 그들의 영혼은 대상 속으로 쉽게 용해된다. 어쩌면 물고기자리의 영혼은, 용매는 통과시키고 용질은 통과시키지 않는 반투막 상태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타인의 내면으로 쉽게 파고들며, 거꾸로 타인의 감정에도 쉽게 전이된다. ( 잠자는 예언자로 알려진 에드가 케이시는 그것을 가장 기술적으로 할 수 있었던 사람이다. )


그래서 물고기 자리들은 흔히 (남녀가 둘다 물고기자리일 때 그러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랑에 빠진다! 같은 이치로 물고기 자리의 영향력이 강력하다면, 별로 짝사랑 할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게 되는 순간, 상대도 사랑에 빠지니까! 너무 편리해서 좋겠다고? 하지만 그 부작용을 생각해 보라. 누가 나를 사랑하면, 나도 그를 사랑하게 된다!(내가 알던 물고기 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그러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보다도 신기해서 (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까지도 신기해서 ) 눈이 휘둥그래져 버린다. 대기는 사람을 마취시켜 버리는 듯 하고 피는 혈관 속에서 노래한다.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땅 위를 떠다니기도 한다. 그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그제야 실감하게 한다. 온 몸을 팽팽히 긴장시키는 충일감. 우리는 그 전에 죽어 있었던 게 아닐까?


몽상가 물고기자리와의 사랑은 지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황홀한, 마법의 한 부분 같은 사랑을 일깨워 준다. 듣자 하니, 그들의 키스도 그와 같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여운이 오래가는 키스. 그래서 그들의 키스는 쌈빡하게 번역이 안되는 서양말로, "스타리 아이드 키스 starry-eyed kiss" 라고 불린다.


이제 나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맞힐 수 있다.


그래, 죽기 전에..... 물고기자리와의 키스는 꼭 해볼 일이다.

글- 페이퍼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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