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 16:54

별자리별 연애 속도

좋아지면 가까이 있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어 우리는 연애를 한다.연애에서 소위 '진도 나가기'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은 사실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거리를 줄여가려는 노력이다.


좋아하기 시작한 연인들은 두려움과 호기심을 가지고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은 미지의 신대륙을 탐험하기 시작한다.많은 설렘과 흥분이 뒤따르고,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런 즐거움들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간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거리는 완전히 소멸된다 !


어쩌면 두 연인은 그제야 자신들이 사랑한 것이 서로의 존재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거리'였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거리가 만드는 안타까움과 매혹, 그 아름다운 공간....그들은 이제 사랑의 속도를 배울 준비가 된 것이다.


연재를 꾸준히 읽고 있던 독자라면 혹시 지겨워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맨 앞에 처녀자리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연도 아니고 편애도 아니다. 처녀자리가 도입부를 장식하며 강조되곤 하는 이유는 연애에 있어 '안되는 쪽'으로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되는 쪽' 으로 극단적인 별자리는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는 반면 처녀자리는 '연애가 잘 안되는 쪽'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처녀자리님들 ,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이 건도 마찬가지다. 처녀자리는 자기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단속하고 검열한다. '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일까?' 그러니 무슨 속도가 나가겠는가... 뒷걸음질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사랑에는 옳은 것도 없고 ,맞는 것도 없다. 사랑에는 메뉴얼이 없다. 그래서 질서의 수호자들인 처녀자리들에게 사랑은 단추를 잘못 채운 옷을 온종일 입고 있는 것처럼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노릇이다.그러므로 당신이 만약 처녀자리의 파트너라면 극도로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애인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 조심스럽게 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연애의 제 1법칙은 '진도를 나가지 않으면 실종된다' 이다. 이 법칙은 들어맞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성립한다. 그러니 부디 칼날 위를 걷는 달팽이의 걸음을 마음에 새기고 발걸음을 옮겨라. 요지부동 돌부처인 애인에게 상심한 날에는 이 경구를 부적처럼 껴안고 잠들기 바란다. '물은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자란다'


처녀자리와 함께 흙의 원소가 발달한 황소자리와 염소자리도, 속도에 있어서는 하위 그룹에 속한다. 두 별자리 모두 마음을 여는 데 인색한 경향이 강한데, 황소자리 에게는 매일같이 밥을 함께 먹는다든지 해서 현실적이며 따스하고 꾸준한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다소나마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염소자리 라면, 진지한 태도로 미래에 대한 사실적인(!) 언약을 들려주는 것이 특효다. 당신의 약속이 미덥게 들린다면 염소자리의 발걸음은 모터를 교체하기라도 한 양 안단테에서 모데라토로 순식간에 바뀔 것이다.


마음을 여는 데 인색하기로 사실 게자리 를 따를 별자리가 없다.그 딱딱한 게 껍데기만 봐도 뭔가 짚이는 데가 있지 않은가. 무시무시한 집게발은 또 어떤가. 하지만 일단 껍데기 속으로만 파고 들어가기만 하면 게자리의 가슴속은 누구보다 부드럽고 따스하다. 속상한 일이 있어 이야기하면 나보다 먼저 울고 나보다 오래 염려한다. 이것이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 게가 염소와 황소. 이 두 마리 소(?)를 제치고 중위 그룹에 턱걸이를 한 배경이다.


게자리는 아주 민감한 사람들이므로, 만약 당신이 게자리를 사귀고 있다면 그가 아는척을 하건 말건 착실하게 한눈팔지 않고 사랑만 하면 된다. 모르는 척 하면서도 그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기억한다. 그들이 특히 감동받는 것은 커피 흘렸을 때 부리나케 달려가 휴지를 가져온다든지, 비 오는 날 우산들고 마중 나오는 식의 '돈은 안 들지만 성격 안 맞는 사람에게는 무진장 피곤한(물병자리는 포기하라)' 시시콜콜한 사랑법이다. 초반에는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중반 이후에는 당신이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초반에 느리고 중반 이후 빨라지는 게자리와는 달리, 천칭자리 는 계속해서 일정한 속도로 진도를 나가는 특징이 있다. 천칭자리 특유의 균형감각이 '진도 나가기'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균형 감각은 가히 '연애의 천재'라는 칭호를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천칭자리들은 연애라는 '밀고 당기기'의 리듬감을 영혼에 저장하고 태어난다. 유혹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알며, 조금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채 돌아서려는 연인을 붙잡는 방법과 애인을 스스로 물러나게 하면서도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는 '사람 잡을' 노하우를 아는 사람들이다.


타고난 연애 체질인 천칭자리들이 선택한 속도라는 점에서, 다른 별자리들은 천칭자리의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뜨겁지도 않고 냉담하지도 않은 쾌적한 온도를 찾아내며, 거기에 적절한 '진도 나가기'로 신선감을 더할 줄 안다. 만약 당신이 천칭자리와 사귀고 있다면 그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발자국만 앞선다는 기분으로 리드해 보라. 그는 연애의 두 가지 요소인 감미로움과 열정을 황금비율로 섞어 두 사람의 연애를 음악으로 만들 것이다. 마치 둥글게 원을 그리며 왈츠를 추고 있는 것처럼.


중위 그룹에 속하는 다른 별자리는 물고기자리, 쌍둥이자리, 사자자리 그리고 사수자리다. 물고기자리 애인을 두고 있다면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점에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 초반에는 사로잡히는 듯한 태도로 상대를 황홀하게 하다가, 중반 이후 난치병인 '집중력 부족'증세를 드러내며' 하는 둥 마는 둥 모드'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쌍둥이자리 는 호기심의 다른 얼굴인 '권태'를 없애주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적어도 2주에 한번 꼴로 색다른 이벤트가 필요하다. 힘들어하지 마라. 덕분에 당신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풍부해질 거라고 스스로 에게 동기부여를 해 보라.


사자자리와 사수자리는 불의 원소가 발달한 별자리답게 진도에 있어서도 시원시원하고 활달한 걸음걸이를 보여준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형' 이 한마디에 그들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담겨 있다. 사자자리 는 애인의 '거부'에 가장 상심하는 별자리라는 점을, 사수자리 는 '자기가 먼저 옆구리 쿡쿡 찔러'시작한 연애도 건망증으로 까먹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진도가 느린 순서부터 빠른 순서대로 정래해보자.처녀자리->황소자리->염소자리->게자리->천칭자리->물고기자리->쌍둥이자리->사자자리->사수자리 순이다.


이젠 진도 나가는 속도로 말하면 '사랑의 폭주족'에 해당하는 두 별자리만 남았다.
바로 양자리와 전갈자리 다. 이 두 별자리의 공통점은 모두 화성을 수호성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진도'란 연애의 메커니즘 중에서도 화성의 열정과 충동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니 당연한 결과다.
양자리와 전갈자리는 사회의 제약과 금기. 관습을 무시하고 사랑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간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거친 숨을 진정하고 나서야 그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지나친 사랑이라는 오솔길, 잔디밭, 우물가 등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어쩌면 그제야 때늦은 후회가 그의 심장에 도착할 것이다. '그 즐거운 순간들을 왜 그리 빨리 지나쳐 오고 말았는지, 왜 달려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음미할 줄 몰랐는지..,'누구나 되새김질했던 후회들처럼.


사실은 하나가 더 있다. 다른 11개의 별자리들과 연속선상에 놓을 수도 없을 만큼 따로 놀기 때문에 아예 '열외'로 취급해버린 별자리, 바로 물병자리 다. 물병자리는 불규칙한 괘도를 도는 행성처럼 급속하게 다가왔다가 급속하게 멀어진다. 그러고 나서도 이것으로 끝인가 싶어 잊어버릴라치면 어느 순간 등을 툭 치며 다시 다가온다. 그 동안의 세월을 까맣게 모르는 사람같은 스스럼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서 물병자리들은 가까워져도 가까워진 것이 아니고, 멀어져도 멀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 줄이기'라는 이름으로 모든 별자리들이 시도하는 '개성의 중화'를 시큰둥하게 여긴다. 물병자리가 선호하는 방식은 '서로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은 채 관계 맺기'다. 1960년 전후부터 시작된 요즈음을 '물병자리 시대'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방식은 시대의 키워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남긴다.


월간 페이퍼 8월호 김은하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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